[2월] 박용후 - 관점을 디자인하라
Prologue
'관점을 디자인하다.' 굉장히 생소한 문구다. 보편적으로 디자인이라고 하면, 시각적 자극을 충족하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행위를 연상하기 쉬운데 데 관점이라는 인간의 사고와 관련된 무형의 것을 디자인한다니... 제목부터 굉장히 신선했고 심지어 책의 표지도 엉뚱하리만치 새롭다.
이 책을 알게 된 계기는 유튜브에서 어떤 젊은 사업가를 인터뷰하는 영상을 보았는데, 독서를 좋아하는 그 사업가가 가장 추천하는 책이라길래 무척 궁금해졌다. 그래서 목록에 적어놓고 중고서점(ㅇㄹㄷ)에서 바로 겟했다!
Main
"당연함을 의심하라?"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을 개발할 당시 제품 엔지니어들에게 전원버튼을 없애라고 지시했고 엔지니어들을 어리둥절해 했다. 이에 스티브 잡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버튼을 꾸욱 누르는 것을 전원을 켜라는 지시가 되도록 만들면 되지."
"그럼 끌 때는요?"
"정지 버튼을 누르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전원이 차단되도록 만들면 되지."
그 당시에는 너무나 당연해 당연하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했을 전자기기의 전원버튼과 On/Off 방식을 스티브잡스는 그냥 넘어가지 않은 것이다. 분명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고 직관적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수십 수천번 한 후에 고안해낸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아이폰 뿐만 아니라 모든 스마트폰이 전원, 볼륨 버틈을 제외한 모든 물리버튼을 제거했다. 당연함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부정한 단 한사람의 생각이 세상을 바꿨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가 아닌 미래에 당연해질 가치를 상상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 세상을 바꾸고 성공을 거머쥔다. 당연함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질문에 대한 또 다른 고찰"
질문은 사람을 생각하고 행동하게 한다. 인간은 자신이 겪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무궁한 발전을 이룩하였으며,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나 자신 또는 주변사람에게 그리고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수많은 질문을 한다. 가령 내가 극복할 수 없는 태생적인 것에 대해서도 자괴감 어린 질문을 하며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 부단히도 노력한다. 우리는 대부분 '해답'을 찾는 것에 몰두해 있었다.
여기서 저자는 질문과 대답에 대한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다. 바로 질문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인데 보통 질문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판단해보려는 경우가 많지 않다. 정답만 찾으려다 헤매본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며 나 또한 그러하다.
회사에 입사하고 처음 사업 계획서 PPT 작업을 맡았을 때였다. 처음 해보는 사업 계획서 작성에다가 이 놈의 완벽주의증후군까지 도져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 지 도무지 순서도 잡히지 않고 정리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PPT를 잘 만들 수 있을까?'의 해답을 찾기 위해 세련된 템플릿도 받아보고, 구글에 사업계획서 양식과 PPT 순서 구성하는법 등 다양한 것들을 검색해봤다. 하지만 그럴 수록 더 지하 깊숙한 미궁에 빠졌다.
그 때 불현듯 지금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거지?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질문의 포인트가 'How'에서 'Why'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질문은 'PPT를 왜 해야 되는거지?'로 바뀌었고 사업계획서의 목적을 되짚어보며 내가 PPT를 통해 전달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먼저 워드로 정리해나갔다. 그 때부터 이 작업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했고, 정리한 내용에 필요한 자료를 시각화하고 함축하여 PPT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본질을 파악하고 나니 템플릿이나 디자인, 구성은 옵션일 뿐이었다. 그렇게 PPT는 순탄하게 마무리 되었고, 그 때부터 사내의 대부분의 PPT 제작은 내 담당이 되었다.
질문의 적절성을 판단해보는 것은 어쩌면 정답을 찾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이 없을 수도 있고 질문 자체가 현재 상황의 핀트와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지막에 이러한 내용을 인용했다. 누구나 사실로 인정해온 신념 '지구는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것' 이라는 신념을 부정하자 사람들은 비로소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돈다는 진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내 머릿 속에 떠오른 질문 '이 것은 올바른 질문인가?'
Epilogue
위 2가지 주제는 이 책에 담겨있는 내용의 10분의 1도 안되는 분량의 내용이다. 하지만 그 10분의 1도 안되는 내용이 저렇게 지루하리만치 긴 글만큼의 생각을 가능하게 한다.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은 두세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는 주제를 수백장의 활자로 풀어내고, 그 것들을 찬찬히 읽으며 나 또한 두세문장의 주제를 가지고 넓고 깊은 사고를 하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마치 시야를 넓히는 저그의 '크립콜로니'와 같다.
내가 가진 사고 영역의 넓이를 확 넓혀준다. 내용이 어렵지도 않다. 눈 깜짝할 새 많은 것들이 바뀌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꼭 읽어보라 추천드리고 싶다. 2013년에 집필된 이 책에서 미래를 예측한 내용이 있는데 현재에선 그 것들이 당연시 되었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