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도서 리뷰

[11월] 홍성태 - 배민다움

DIALL(디올) 2021. 12. 18. 02:31

Prologue

 배달의 민족은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유니콘 스타트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름하여 '네카라쿠배'에서 배를 담당하며 모든 IT 종사자들이 선망하는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나는 평소 성공한 기업과 사업가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배달의 민족은 특히나 더 궁금했던 이유가 차별화된 브랜드 디자인과 마케팅 전략 그리고 트렌디한 기업문화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철가방을 단 시티100이 국룰이었던 배달 시장에 민트색 잠바와 헬멧을 착용하고 안전 운전을 지향하는 배민 라이더의 등장은 Sensation 그 자체였다. 그 이후로 스타트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 컬러를 도입하고 B급 감성의 광고를 제작하며 배민을 벤치마킹했으며, 대한민국의 기업 브랜딩에 한 획을 그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대체 아무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신경쓰며, 그 작은 기업이 어떻게 이렇게 성장했는지 나는 너무 궁금했다.

 

Main

'타깃 고객'

 배달의 민족은 앱을 만들면서 가장 먼저 "배달음식은 누가 시키지?"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조직이나 모임의 막내가 배달 주문을 한다는걸 알게 되었고 배민은 20대에서 30대 초반 사회초년생들, 더 구체적으로는 홍대문화나 B급 감성을 좋아하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문화코드를 담고자 했다.
배민의 페르소나는 바르고 정확해보이는 손석희보다는 맛집을 많이 알 것만 같은 개그맨 박명수와 같다고 한다. TV는 보지 않아도 토요일 저녁에 <무한도전>은 사수하며 페북과 인스타그램의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막내들에게 '친근한 동네 형'같은 서비스가 되고자 일관된 노력을 한 것이다. 
 나는 타깃 고객에 대한 취향과 정서, 생활패턴, 사회현상에 대한 의견 등 정성적인 분석과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서 문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배민 초기 멤버들의 '신의 한수' 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타깃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이해는 제공해야할 제품의 가치와 기업이 추구해야할 컨셉을 명확히 할 수 있게하고, 이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기업을 성장시키기위해 가야할 방향성을 잡아준다.

 

'고객이 즐길 수 있는 마케팅'

 배민은 마케팅 캠페인 또한 참신했다. 뭔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에서 시작되었다기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재밌어할까?'의 관점에서 모든 마케팅이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이다. 너무 좋은 사례가 많아서 몇가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1. 배민다운 경품

 많은 기업들이 외부 마케팅 활동으로 이벤트나 경품 행사를 진행하곤 한다. 보통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경품을 걸어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시키고자 한다. 그래서 보통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기프트콘 등 흔하면서 보편적인 경품을 고려하는데 배민은 경품에서도 '키치'와 '패러디'를 담은 배민다운 경품을 주기로 한다.
예를 들어 새해에는 '다 때가 있다.'라는 문구가 적힌 하얀 때수건을, 신학기에는 '칙칙한 복학생'을 위한 키높이 깔창과 비비크림 묶음, 자취하는 막내들을 위한 양말 30켤레 등 타깃 고객이 좋아하고 재밌어하고 기억할만한 경품들을 제공했다.

 

이건 못참지!

 

2. 100명의 경희 프로젝트

배민은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젤 이뻐'라는 옥외 광고로 대한민국의 모든 경희와 경희의 친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이 광고를 경희가 보면 너무 좋아하고, 경희의 친구가 보면 경희에게 빨리 알려줘야 되었던 것이다. 그로인해 세상 모든 경희와 경희 친구들이 배민의 옥외 광고 앞에서 인증샷을 시작했고 심지어 경희가 아닌 사람들도 포샵으로 자기 이름으로 바꿔서 올려놓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게 100명의 경희 프로젝트이다. 각기 다른 100명의 이름을 버스 100대에 광고로 넣어 서울 전역에 돌아다니도록 했고, 자신의 이름 혹은 지인의 이름을 본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SNS에 태그를 달고 공유하며 자발적 Refferel 효과를 낳았다.
배민은 배민 자신들의 이야기가 아닌 철저히 고객 이야기를 광고에 담았다.

 

이 세상 모든 경희가 설레었다.

 

3. 신춘문예

 배민이 2015년부터 실시한 창작시 공모전 이벤트로 배달음식 이름으로 재치있는 시를 지어서 1등을 하면 상품으로 치킨 365마리를 받은 이벤트였다. 재밌고 기발한 이벤트는 재밌고 기발한 소재를 만들었고 그 소재는 또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는 촉매제가 되었다.
고객은 기업 홍보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가 없다. 배민은 고객들이 좋아하고 즐거워할만한 소재를 통해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배민다운 이벤트 소재와 경품으로 자연스레 기업에 대해 알릴 수 있었다. 정말 기발하다못해 치밀하고 스마트하며 감탄을 자아낸 기획임에 틀림없다.

 

 

'Internal Marketing'

1.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은 배민에서 정의한 업무 행동 강령이다. 굉장히 합리적이고 실용적이지만 강경하게 보이기도 한다. 배민은 원칙 없이 세워진 자유를 경계한다. 맹목적인 자유가 아닌 스스로 몰두하고 연구하며 일을 할 수 있는 자율을 준다고 한다. 자유분방하지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며 자율과 규율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

 

모든 기업이 따라 만드는 중이다. (쿨하지 못함)

                                                                                                                                   

2. 우아한 버킷리스트

 모든 회사는 비전이라는 게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직원들은 회사의 비전이 와닿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동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큰 비전이기 때문이다. 공감하지 못하면 직원들은 비전에 맞추기 위해 희생하며 일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 때문에 김봉진 의장은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이 알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배민 구성원들이 회사에 바라는 것들을 한데 모아 '우아한 버킷리스트'라는 회사와 구성원의 비전을 만들었다. 회사의 비전은 구성원들이 바라는 버킷리스트를 이뤄주기 위한 성장이며 이로 인해 구성원들이 다시 그 성장의 주체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정말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생각이다. 정말 멋진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이 것도 많이 따라한다.

Epilogue

보통 대기업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기업은 성과와 효율이라는 압박으로 인해 외부 브랜딩을 비롯해 특히나 내부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것을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기에 배민처럼 브랜드 디자인이나 획기적인 마케팅 콘셉트, 조직 문화 구축과 같은 성과를 담보하지 못하는 기업 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기업의 대표가 신경 쓰지 않는 이상, 그 어떤 직원도 총대 메고 진행시킬 수 없는 것들이다. 
나는 배민의 가장 위대한 점이 이러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거시적 관점에서 기업의 경쟁은 브랜드 파워라는 것을 초기부터 파악했으며, 다른 기업들은 쉽게 도전하지 못할 선택과 결정을 통해 진짜 성공을 이뤄낸 것이다. 기업이 공략해야 할 핵심 코어 타깃에 대해 고민하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 타깃 고객들을 향한 브랜드의 메시지와 가치는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이제는 '배민다움'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 않다. 누구나 흰 바탕에 검은 글씨, 민트색을 보면 배민을 떠올리고 우리가 어떤 민족인지를 누구나 알게 되었으며, 대학생이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PT 때 배민 폰트를 사용해 봤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브랜딩에서 배민은 삼성이나 LG 같은 전통적 대기업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본의 아니게 지금 재직 중인 조직과 비교도 되고 나중에 내가 사업을 할 때 접목시키고 싶은 내용도 많았다. 배달의민족 호감도가 급상승하게 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