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쑹홍빙 - 화폐전쟁
Prologue
작년 봄, 대한민국에는 주식과 재테크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나도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과 주변 지인들의 영향으로 인해 '주식'이라는 세계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자연히 경제와 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공부를 하던, 관심분야를 배우던 간에, 기술이나 방법론적인 것보다 원리를 먼저 이해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Why'에 대한 대답이 스스로 정해져야 'How'로 겨우 넘어가는 아주 피곤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자격증 시험처럼 정해진 시간에 정답을 도출하기 위해 원리보단 방법과 스킬을 터득하는 공부방식은 내게 너무 고통스럽다.
투자와 재테크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마치 관성처럼 '주식(부동산)으로 부자되는 방법'이 아닌 '자본주의와 돈의 흐름'을 먼저 파악하기로 했다. 그래서 고른 책이 '화폐전쟁'이다. 적당히 자극적이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Main
"꽤나 어렵다."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면 조금은 어려울 수 있다. 인플레이션, 파생상품, 모기지 대출, 레버리지 등 경제 용어를 알지 못했던 나는 페이지 한장을 넘기는데 하루가 걸린적도 있다. TMI를 하자면 나는 이 책을 읽는데 6개월 정도 걸렸다...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검색하고 그러다 지쳐 한동안 쳐다도 보지 않다가, "고작 책 한권에 굴복할 쏘냐!" 다짐하며, 1월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완독했다. 생각해보면 산수를 배워야할 시기에 수학의 정석을 꺼내들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완독을 한 내 자신이 대견했다.
"흥미진진한 역사 소설 전개"
로스차일드 가문의 탄생 시점부터 2007년 당시의 현대까지 저자가 연구한 분야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했다. 베일에 싸인 국제 금융 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으며, 그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세계 유일의 국제 금융 재벌이 되었으며, 그러한 그들의 후예가 전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마치 역사소설처럼 내용을 풀어 읽는 내내 흥미진진 했으며, 단락의 소제목만 봐도 그 다음 내용이 무엇일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저자 자신의 관점과 지식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들이 내용 전반에서 묻어나온다. 그 점이 좋았다.
중간에 아시아 금융위기 파트에서 한국 외환위기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저자는 IMF 구제금융을 국제 금융 재벌의 아시아 자본 침투 및 잠식 행동으로 정의하고, 국민이 대동단결하여 100% 상환을 달성한 대한민국과 한국인들을 아주 높이 평가한다. (국뽕이 물씬 차올랐다.)
"판단은 독자의 몫"
내용 전개가 다소 주관적이고 음모론에 가까운 어조다. 매우 강경함이 느껴졌다. 현대에 와서는 이 책에 대해 유대인 음모론이라는 의견이 다분해졌지만, 나는 전혀 근거없는 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뢰가 갔다. 그 이유는 대부분 역사적으로 벌어진 사건과 사실을 기반으로 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역대 미국 대통령의 사망사건에 관한 내용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금본위제를 유지하려했던 케네디와 레이건 피습사건의 공통점과 두 사건 모두 지금까지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는 점. 이 이야기를 들으면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도 그들에겐 바지사장일 뿐이다. 물론 사실 여부를 떠나 가설과 추측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마치 열린 결말처럼 사람들은 저자가 책에 던져놓고 간 주제에 각자의 주관에 부합해 해석하고 서로 갑론을박을 한다. 이 얼마나 재밌는 현상인가. 나와 같은 누군가는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된 것이다. 이렇듯 독자로 하여금 자유롭게 사고하도록 하는 것. 그 것이 독서의 매력이지 않은가?
Epliogue
경제의 입문서로선 어려울 수 있는 책이다. 다만 현재의 자본주의와 국제 정세, 세계적인 사건과 갈등들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는 건 명확하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여러차례 벌어진 중동전쟁, 현재의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라틴아메리카 화폐의 몰락 등 이 책의 주장은 13년이 지난 지금에도 대입이 가능하다.
재테크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책은 아니지만, 지금 시대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기 위한 전혀 생각지도 못할 새로운 관점을 부여받을 수 있음은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