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서학개미라면 누구날 알만한 종목인 '팔란티어'의 창업자 피터 틸의 저서이다. 나는 팔란티어의 투자자로서 회사에 대해 디깅을 하다 자연스레 피터 틸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가 남긴 업적과 어록들은 호기심 천국인 나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업적
- 페이팔 창업자
- 페이팔 마피아 두목
-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
- 스페이스엑스 초기 투자자
- 팔란티어 창업자
어록
- "경쟁은 패자들이나 하는 것이다."
- "경쟁이 아닌 독점하라."
- "양복을 입은 기술기업 CEO에겐 투자하지 않는다."
자신감이 넘치면서 살짝 재수 없기까지 한 말들이지만 그의 업적들이 자신감의 든든한 근거가 되어주기 때문에 ㅂㅂㅂㄱ다. 그리고 이 책을 읽게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저런 업적을 가진 사람들의 저런 가르침?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책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어떤 누가 나에게 저런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나는 피터 틸에 대해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원래 읽으려했던 다른 책을 제쳐두고 '제로투원'을 읽기 시작했다.
Main
'독점기업의 공통적 특징'
피터 틸은 벤처투자사를 운용하는 투자자다. 그의 투자자적 관점으로 기업을 바라볼 때 독점 기업들에게서 몇가지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독점 기업이 되기위한 지름길은 없지만 이 특징을 기준으로 사업을 분석해보면 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고려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1. 독자 기술
독자 기술이란 기업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이점이다. 피터 틸이 책에서 정의한 독자 기술이란 가장 가까운 대체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10배 이상 뛰어나야 독점의 지위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페이팔이 없던 시절, 이베이에선 물건을 구매하면 우편으로 수표를 보내 대금을 지불했고 평균 7-10일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하나 페이팔 도입 후 이 과정은 하루로 단축되었다.
2. 네트워크 효과
네트워크 효과는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해당 제품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을 말하며 보통 광고 매출이 주요 BM인 SNS 플랫폼들이 이에 해당한다. 피터 틸은 그 중 대표적인 서비스로 페이스북을 언급하며, 한가지 역설적인 조언을 한다. 바로 네트워크 효과가 필요한 사업은 작은 시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하버드 대학생들이 사용하도록 만들어졌으며, 그 서비스가 곧 주변 대학들로 퍼지며 네트워크의 확장을 불러 왔다. 애초부터 글로벌 서비스로 디자인된 플랫폼이 아니란 이야기다.
추측컨데 현재는 IT 스타트업계에서 유명해진 '린스타트업' 전략의 뿌리가 되는 주장이라고 본다. 제품을 최소화하여 투입되는 리소스를 줄이고 실패의 리스크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런칭 후 시장의 반응에 따라 빠르게 피벗하는 전략. 이러한 유연한 경영을 위해 서비스의 규모를 필연적으로 키워야할 사업일 수록 작은 시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3. 규모의 경제
기술 기업일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적으로 누릴 수 있다. 그 이유는 기술 기업은 초기 구축 이후 제품을 추가로 개발하거나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내 대부분의 기술기업(FAMANG)들의 주가 차트를 보면 기하급수적 성장이 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게 바로 '규모의 경제'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일수록 처음 기획할 때부터 대규모로 성장할 잠재성을 갖고 있어야 된다고 한다. 크게 꿈꾸고 작게 시작하라는 말인 듯 하다.
4. 브랜드 전략
피터 틸은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 또한 독점 기업이 되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한다. 가장 강력한 기술 브랜드로 애플을 꼽으며 매력적인 디자인, 엄선된 자재, 미니멀리즘, 소비자 경험에 대한 철저한 통제, 프리미엄 제조사에 걸맞는 가격 포지셔닝 등 애플 제품은 그 자체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볼만큼 브랜드 인식이 훌륭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겉만 번지르르하게 만드는 브랜드 전략의 중심에 실질적인 핵심 기술이 자리잡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측의 기술이 한데 어우러져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들었고, 그 생태계 안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어 고객 이탈이 쉽지 않다. 이렇듯 브랜드 전략이라는 '수단'으로 빛을 볼 핵심 기술이 있어야 한다. 찍새가 제아무리 열심히 손님을 불러모아도 구두를 기깔나게 딱는 딱새가 없으면 장사는 불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생각하는 과정'
피터 틸은 책의 처음과 끝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책의 서론에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바로 대답을 떠올리기 힘들다면 평소 사고의 범위가 그 만큼 좁다는 것이다. 또한 성과 위주의 주입식 교육과 집단주의에서 기인된 획일적 사고에 익숙한 우리 한국인들은 남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로 인식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또 0에서 1을 만들어내기 위해 꼭 필요한 첫번째는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이다. 현재는 당연한 것에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을 도출하는 사고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
과거의 누군가가 해낸 이러한 과정들로 인해 우리는 불을 사용하게 되고,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전구를 만들게 되었으며, 내가 지금 책상에 앉아 아이맥에 전기 코드를 꼽고 편하게 타자기를 두들기며 글을 쓸 수 있는 현재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미래를 그리면서 0에서 1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제 2의 에디슨, 제 2의 스티브 잡스, 제 2의 마크 저커버스가 되어 미래를 쥐고 흔들지 않을까?
Epilogue
우연인지 아닌지 내가 읽고있는 다양한 경영도서의 저자들이 말하는 결론이 어느정도 좁혀진 하나의 길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 지금 당연시 되고 있는 것들을 부정해보는 것.
- 그로 인해 현재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자아내는 문제(불편)를 인식하는 것.
- 문제를 정의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강구하는 것.
더 나은 미래를 갈망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청사진을 그려보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내는 공통적인 사고방식인 듯 하다. 스타트업 또는 창업이 목표라면 이 책을 읽음으로서 두뇌가 사고하는 과정을 훈련하는 것이 큰 도움이자 자산이 되리라 확신한다.
나는 사고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책을 읽고, 해석의 깊이를 넓히기 위해 글을 쓴다. 저자들이 생각하는 방식이나 글을 쓰는 방식을 따라해보고 익숙하게 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즐거움도 느낀다. 내가 생각해도 독특하고 변태같지만 종국에는 이러한 과정으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거친 나의 소프트웨어가 진가를 발휘할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소스코드가 되어준 피터 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Culture > 도서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 라이언 홀리데이 -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 (0) | 2021.09.11 |
---|---|
[4월] 남충식 - 기획은 2형식이다 (0) | 2021.09.11 |
[3월] 엠제이 드마코 - 부의 추월차선 (0) | 2021.09.11 |
[2월] 박용후 - 관점을 디자인하라 (0) | 2021.09.11 |
[2월] 오건영 - 부의 대이동 (0) | 2021.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