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만드는 과정엔 인간의 다양한 요소들이 녹아나온다. 감정, 지식, 경험, 상상, 감각 등 그 중에 '감각'은 모든 요소 중 가장 고유하고 개인적이며 마치 사람이 타고나는 일련번호와도 같다. 이 음악은 그녀의 감각이 유독 도드라진다. 강박에 강세를 두지 않는 딕션이나, 비성이 섞인 창법이 그녀만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음악에 호감이 가는 또 하나의 이유는 보컬과 투톱을 달리는 베이스에 있다. 사운드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녀의 목소리와 베이스 사이엔 적잖은 간극이 존재하지만 두 라인의 리듬이 굉장히 조화롭다. 사실 음악을 만들어 본 사람으로서 다소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간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베이스에 보컬 멜로디만으로 이렇게 꽉 찬 사운드가 나오기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