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디엄템포 발라드를 듣고 자란 세대로
뼛속 깊이 '본투비블루'다.
그래서 그런지 가슴을 후벼파는 슬픈 멜로디와 절절한 가삿말이 없는 음악은
경양식 돈까스를 먹기 전 후루룩 마시는 크림스프처럼 느껴진다.
허나 이 음악은 조금 달랐다.
굉장히 밝고 산뜻한 음악인데 오랜동안 내 귓가에 멜로디가 맴돌았다.
사실 음악보다는 Ant Saunders의 목소리에 끌렸던 거 같다.
그의 목소리는 굉장히 쫀득하다.
하나 놀라운 사실은 그가 00년생이라는 것이다.
흔히 'Z 세대'라 불리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세상에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 때문일까, 이 음악이 유명해진 것도 '틱톡'이라는 어플에서
Meme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음악의 특징 또한 다분히 Z세대스럽다.
보컬과 1:1 비율로 강조된 드럼, 미니멀한 공간감과 악기구성, 이지한 멜로디 등
현재 음악 트렌드의 흐름이 마치 정석처럼 녹여냈다.
현대시대는 핸드폰만 열면 수백개의 정보와 컨텐츠들이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포화의 시대다.
워낙 보고 듣고 즐길거리가 많아져서 음악은 BGM으로서 소비되는 경향이 높아졌다.
인터넷 기사를 보면서, 운동을 하면서, 또는 출퇴근 길에 에어팟을 꼽은 채 말그대로 '스트리밍'한다.
코 묻은 돈을 모아 장만한 CD를 닳고 닳을 때까지 듣던 시대와는 꽤나 다른 양상이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버라이어티한 편곡은 운동이나 공부 따위를 하는 데 집중력만 분산시킬 뿐이다.
적당히 듣기 좋은 악기들과 어렵지 않은 멜로디 그리고 반복적인 리듬이 강조된 음악들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지극히 주관적인 필자의 의견일 뿐이지만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흥미롭기도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앞으로 Z세대의 뮤지션들이 주류가 되는 세상이 올텐데, 그들이 만들어 갈
대중 음악 생태계가 어떻게 진화할 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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