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도서 리뷰

[5월] 라이언 홀리데이 -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

DIALL(디올) 2021. 9. 11. 19:09

Prologue

 내가 엄청 즐겨보는 주식 유튜버 '알머리 제이슨'님이 영상에서 추천하여, 내 '독서리스트'에 저장해놨던 책이다. 책을 구입하러 알라딘에 갔을 때, 내 '독서리스트'에 올랐던 책 중 유일하게 재고가 있던 책이기도 했고 또 요새 너무 경제 도서만 너무 읽었던 것 같아 두뇌도 리프레시할 겸 읽게 되었다. 나도 불과 1-2년 전만 해도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라는 직업으로 밥벌어 먹고 살던 크리에이터였다. 지금도 아니라곤 할 수 없지만 그 때는 진정한 골수 크리에이터였다.
[TMI]어느정도 였냐면 '내가 만들어내는 모든 결과물의 과정은 내 손을 타야한다.'는 융통성 제로의 신념을 갖고 있어서 그 흔한 샘플링 작업(쉽게 말해 템플릿)조차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골수 크리에이터였기에 이 책이 끌리지 않을 수 없었으며, '창작의 고통'이라는 지독하면서도 매혹적인 시간으로 다시금 날 이끌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읽기 시작했다.

나는 음악 프로듀서였다.

 

Main

'Ownership'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인 라이언 홀리데이가 가장 많이 강조한 내용은 'Ownership'에 관한 내용이었다. Ownership이 강조되는 대목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 첫째.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
  • 둘째. 작품을 상품으로서 포지셔닝하는 것
  • 셋째.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마케팅을 하는 것

 위 3가지는 크리에이터가 작품을 이세상에 탄생시키고 그 작품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이전시키며 그로인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크리에이터 라이프 사이클의 중요한 과정들이다. 이 과정들에는 다양한 조력자들을 필요로 한다. 작가라면 편집자와 출판업체, 마케터가 필요하며, 가수의 경우 프로듀서와 작곡가, 세션맨, 유통업자들이 그 예다. 이러한 다양한 조력자들은 각각의 과정들이 효과적이고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그 과정들의 시작과 끝 그리고 방향키는 언제나 크리에이터 본인의 손에 쥐어져 있다.
내가 시작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시작할 수 없고, 내가 끝내지 않으면 그 누구도 섣불리 끝낼 수 없으며, 내가 목표와 방향을 잡고가지 않으면 의도와 다르게 산으로 간다.

 

나도 한 때는 "마케팅은 전문 마케터가 있어야지.", "홍보는 회사를 끼고 있어야 할 수 있는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에 갇혀 있었다. 작품밖에 보이지 않던 전형적인 외골수 아티스트이기도 했고, 노력을 하고 싶지 않은 안일한 변명일 수 있으며, 또 진짜 방법을 모르기도 했다. 사실 관심을 기울이고 알음알음 알아가며 내가 해볼 수 있는 스텝부터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인스타그램을 Owned Media로서 활용한다던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홍보를 할 수도 있고, 펀딩 사이트를 통해 작품 소개서와 함께 크라우드 펀딩을 집행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데모트랙과 음원을 들고 유통사나 A&R들을 찾아 다니며 발품을 팔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이 모든 것을 대부분 하지 않았었다.(반성한다...)

 

크리에이터는 창작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내 작품이 소비자에게 노출되고 전달되는 순간, 나아가 소비자가 내 작품을 경험하고 난 후 특정 감정을 느끼는 그 순간까지 모든 과정을 상상하며 집요한 Ownership을 발휘해야만 한다.

 

'Perennial Seller'

 이 책의 번역본은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패러디하여 제목을 지었다. 제목만 보면 다소 창작에 관한 내용이 많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이 책의 원제목은 'Perennial Seller'다. 직역하자면 '영원히 판매되는 물건'으로 저자는 창작에 대한 내용보다 내가 만들어낸 작품이 어떻게하면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상품이 될 수 있는지 그것도 영원히 소비되는 불멸의 작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을 담은 책이다.

 

 사실 마케팅과 세일즈는 시대에 따라 다르고 고객의 세그먼트에 따라 다르고 제품의 종류에 따라 또 달라지며 항상 변하기 때문에 정답이 없는 분야다. 그렇기에 이 책의 내용이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까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하나 이 책은 매우 탁월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여러 전문서적의 인용, 그리고 다양한 예술 및 미디어 분야의 성공사례를 들며 우리 크리에이터들이 놓치고 갈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을 짚어주고, 다른 성공한 크리에이터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나갔는지를 들려준다. 그 것도 출판분야에만 한정하지 않고 영화감독, CEO, 음악가, 코미디언 등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분야의 성공 사례들을 번갈아가며 친절히도 들려준다. 

 

어떻게 작품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그에 기반한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영위할 수 있을까?어찌보면 모든 크리에이터의 숙명과도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기꺼이 동반자가 되어주는 책임에 틀림없다.

 

Epilogue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굉장히 깊은 울림의 심리적 위안을 얻었다. 그러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자면 무엇인가를 창작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크리에이터라면 겪는 필연적인 창작의 고통.

 

1시간을 작업하기 위해 허비하는 수십수백의 시간들. 거기서 오는 좌절. 그렇게 완성됨으로 인해 맛보는 찰나의 쾌감. 또다시 밀려오는 불만족과 자괴감. 끝없는 수정과 편집의 향연. 세상에 공개가 되었을 때 느껴지는 무한한 행복감. 정말 맨정신으로 감당하기 힘든 롤러코스터와 같은 순간들이었다.

영화음악의 마에스트로 '한스 짐머'도 피해갈 수 없는 창작의 고통

 책에서 저자는 그러한 시간들은 당연한 것이며, 그 과정을 통해 작품을 결실을 맺고 무르익는다고 한다. 마치 과거에 내가 보냈던 시간들에 대해 책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받는 경험이었다. 창작의 고통을 짐작으로나마 이해하는 주변 사람들의 위로와는 또 다른 차원의 위로였다.

이 책을 지금에라도 읽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앞으로 또 창작을 해야만하는 몇가지 프로젝트를 구상 중인데, 더욱 성숙한 마음가짐과 넓어진 시각으로 그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갑자기 창작에 대한 열정이 마구 샘솟는다. 언젠가는 내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과 선의의 영향력을 끼칠 날이 오길 고대해본다.